비행일지

러쉬2 타고 직선거리44km (평창에서 봉평까지)수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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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15 19:22 조회1,8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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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5일 토요일 오늘은 한식날.. 오래전에..
한식날 바람이 세게불어 산넘어 불시착한 기억이 있는
그 한식날.... 그래서 웬지 꺼림직한 날 한식날..
오전에 바람이 좋게 불어 그냥... 이륙하고 비행하기 좋은날.
그러나 오후2시가 되자 바람이 갑자기 세게불어서
더이상의 비행을 못하고...
악착같이 이륙장에서 기다린 끝에 드디어
오후5시가 넘어서 비행이 가능한날..
비행이 가능할때 최대한 비행시간을 늘리기 위하여
악착같이 비행한 날...그리고는 밤늦도록..비행을 꿈꾸며..
이리저리 인터넷을 바다를 누비다..잠들다.

2008년 4월 6일 일요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1년에 몇번되지 않는 좋은날...이 오늘일 쭐이야..

충분한 수면 덕에 기분이 상쾌했던 아침..
오전에는 약한 바람이 불어서...아주 조용한 날...
일기예보에는 비구름이 물러나고..고기압전선이 한반도를
덮어버려 그렇게 큰 써멀은 없을 것으로 예상 했는데.
밤 과 낮의 기온차이가 큰 날이라는 것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 본 날..
그날은 그렇게 서서히 나에게 다가왔다.

드디어 오후1시경(정확히 12시 50분경 비행시작) 이륙장에 도착
"오늘은 준비된 선수가 몇명되지 않으니..
공중에서 모여서 오늘은 북쪽으로 가겠습니다.
이륙해서 대기해 주세요. 고도가 충분히 확보 됐다고
생각 될때, 가자는 신호를 하겠습니다. "
이런 브리핑과 함께 비행 준비를 하였다.

오늘은 특별히 비행화를 준비해서 끈을 묶었다.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던 비행화 하지만,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하며...
모든 것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자... 끈을 묶었다.
의사가 수술실에서 수술가운을 입듯이
우리는 비행복을 입는다.
그리고, 비행화를 신으며, 마음을 한번더 다 잡는다.
'오늘은 더욱 더 안전하게 최선을 다해보자.'
장갑, 두건, 썬글라스 등등까지도 철저히 준비하고.
'그래 오늘 해 보는거야.'
하며... 마음의 준비 까지 도 한번 더 확인해 본다.

그리고...팀장님 먼저 이륙,,,그리고, 최선수 이륙,
이선수 이륙 그리고...마지막으로 비행소녀 이륙.

오늘은 러쉬2 (1-2클라스)를 처음 타보는 날이다.
러쉬를 타고 있었으니 큰 부담은 없었다.

평창 이륙장 좌측에서의 첫 써클링...
부드럽다. 약간 거친 날이었지만, 참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써클링을 했을때...
속으로 이런 마음이 들었다..
' 이정도 고도면 될 텐데..이만..출발 하시죠'
그런 속마음 탓이었을까... 최고고도 2,300 을 획득할 수 없었다.
1,800 정도 였을때(이것은 느낌이었다, 정확히 GPS 판독을 하여보니 2100
이었다. 그러니까 팀장님께서 가자고 하셨구나...)...
"이 곳에서의 최고 고도는 2,300 인것같습니다. 자 그럼
북쪽으로 출발 합시다." 하는 팀장님의 무전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와 함께 모두 4대의 글라이더가 동시에
한 방향을 향하여 출발 하였다.
비록 많지 않은 4대 뿐이었지만, 그래도 멋졌다.
아..만약 20대 30대 100대 였다면...
정말 멋지겠구나..
그래서 무리비행의 재미는 또 다른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타고 있는 글라이더가 Rush 2 (1-2클라스) 이다.
정말 편안하게 비행할 수 있는 글라이더..
Element (1 클라스) 로 거센 기상에서 연습하며,
지난 겨울을 보냈다. 내가 원래 타야하는 것은 S 사이즈 이지만,
XS 사이즈를 타면서.. 써클링 과 릿지 쏘아링을 연습했었다.

겨울의 기상은 모두 다 알다시피,,약간 거칠 다.
거친 만큼.. 자신감도 중요하기 때문에
나에게 최고로 만만한 글라이더로 그 두려움 을 극복하고,
친숙해져야 할 것 같아서...
난 초급자용 글라이더로 연습을 했다.

그리고, 충분히 연습했다고 생각 되었을때
2008년  첫 선을 보이는 러쉬2 와 만날 수 있었으며,
오늘이 이번이 그 첫 시승식이었다.
그런데..뜻밖에도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기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찌되었거나 계속 해서...
모두가 북쪽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익숙한 지형의 모습들이었다.

첫번째 난관인 헬리포트장 에서의 써클링..
이곳에서 주유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약간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주유를 할 수 있을 때에는 만약을 위해서
가득 채워야 한다.  (고도를 잡을 수 있을때에는 항상
그날의 최고 고도에 까지는 도달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

그곳에서 난... 주유중...
그런데..다른 글라이더들과의 거리가 점점 벌어진다.
나 나름대로의 1-2 클라스의 L/D를 감안해야 하기때문에..
그냥 쭉 따라 갈 수 만은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뭐... 익숙한 길이니..
주위를 살피며.. 나름대로 생각했던 최고 고도를 획득후...
계속 이선수..김팀장님...뒤를 따르고 있는데...

"자..주변을 잘 살피며, 비행하세요."
"계속 갑니다. "
"처음 생각은 왕복하여서, 이륙장으로 되돌아 올려고
하였으나, 기상 여건에 의해서 오늘은 그냥
북쪽으로 계속 가겠습니다. "
라는 팀장님의 무전과 함께...우리는 쭉 가고 있다...

두번째 주유장소.. 이곳에서는 진짜로 꼭 넣고 가야하는 곳..
철탑지나서.. 대화초등학교 우측 능선...

고도가 낮아져서...착륙을 해야하는 상황인가 했는데..
'훅...어디선가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디서 온 바람인가? 아... 저 평원에서 오는 바람이구나..
평원에서 불어와.. 대화 마을에서 조금더 달아올라...
이곳까지 온것이구나..'
'그렇다면..이것을 놓치면 않되겠군요.'
이곳에서 다시 주유를 가득..2,000정도 까지 채울 수 있었다.

이정도면..조금 더 갈 수 있겠는걸..

그때 어디선가..짠 하고 나타나신 김팀장님..
"그럼 우리 계속 갑시다."
신출귀몰 하시네...

그러죠.뭐...쭉 갑시다...
바쁠것도 없는데... 정말 아무생각 없다.
사람이 이렇게 아무생각이 없을 수가...
그냥..여기가 어디야? 오호..써멀이네..
우와 아직도 산꼭대기에는 하얀눈이 남아있네...
저기는 또 어디야..? 아하..저기가 휘닉스파크인가 보구나..
오? 그옆에는 왠 철탑이 다..있었네...
이런 생각만 할뿐..
세상 경재, 인간관계..근심, 걱정,. 삶...뭐..이런 생각이 전혀 할
시간이 없네 그려..

새가 어미를 쫓아서..
남쪽으로 날아가듯
나는 팀장님을 따라서 북쪽으로 쫓아간다.

또다시 고도가 떨어지고 있다..
직선비행 중이거든..

"우리..고속도로를 지납시다..
조금만 더 오면..고속도로가 보일 겁니다.
여기는 현재고도 2,000 그렇게 많은 침하가 없으니..
쭉 오세요."
팀장님의 무전이다..

에고..무슨 고속도로..보이지도 않는구만..

그리고, 계속 가다가...

열을 하나 만났다...
다행이지 뭐야..
또 주유...

그랬더니..차츰..
장평IC 가 보이고..
아하.. 저기가 고속도로 구나..

'계속 가야하나요?'
이런 물음을 속으로 하며...계속 간다..
아직 고도 가 충분하니..착륙하기에는 조금 이른듯.

그런데...갑자기
가슴이 울컥한다.  아..이제 2부가 시작되는구나..
이제까지는 대화에서 끝났는데..
드디어 처음 보는 동네가 나왔네...
가슴이 떨리며..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아!!! 이렇게 해서..장거리의 마력에 빨려 들고 말았다.
아이고... 그 아무도 도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그..장거리 비행의 마력에 빠져 버렸다..
아...이래서..비행을 하는 것이구나..

고속도로를 지나고.. 계속 북쪽으로..
마을이 하나 나왔다..(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곳이 봉평시내 란다.)
그리고는 그 마을에서 올라오는 열이 보통이 아니다.

내 바리오가 고장난 것이 아니라면..
약 350 m(이것또한 느낌..고도 였고. 정확히는 840m 정도 였다.
GPS는 정확한 기록을 만들어 준다.
세상이 참 좋아 졌다. 물론 한국최초의 그것도..
여성 우주인 이 나오는 상황이니..
뭐 이정도 쯤이야....) 에서 시작한 써멀은...
한 써멀에서 2,300까지 고도를 획득할 수 있었다.

몇번을 돌았는지 기억은 할 수 없지만,
어찌되었거나 무지하게 많이 돌았다.
팔이 아파 왔지만, 포기 하고 싶지 않았다.
나와의 싸움이니까...
이깟 팔의 아픔이 성취감과 어찌 바꿀 수 있겠는가 말이다.

끝까지 돌았고... 마침내.
팀장님 과 고도가 거의 비슷해 지고..
"갑시다."
무전 소리와 함께 다시 출발했다..북쪽으로 북쪽으로
북쪽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른다.
어찌되었거나..
터널공사가 한 창 진행중인 산을 넘어갔다.
다시 작은 마을이 보인다.
그런데..어찌 되돌아가나?
"그만, 되돌아 갑시다. 오늘은."

즉각적인 턴.... 다시 남쪽으로..
그리고, 착륙할 곳을 찾았다.
터널 공사..가 진행중인 마을 앞...
개울옆.. 밭에 착륙하였다.

착륙을 하자 마자..픽업을 위해 마을이름을 물어봐야 했다.
이곳이 봉평 덕거2리 란다.
착륙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시던 마을 어르신이..
자꾸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개울을 건너 가보았더니..
고기를 굽고 있는데..먹으라고 하신다.

팀장님..비행경력도 만만치 않으신데..
착륙하자 마자..감 이나, 밥, .물, 막걸리 등은 얻어 먹어 봤어도.
생삼겹살 을 착륙하자 마자 얻어먹는 것은 처음이라신다.
않그래도..배가 고파 있었는데..어찌 아셨는지..
참으로 고맙기도 하시다.

우리가 그곳에 착륙한것이..무척 고마우시단다.
처음 보았다고..그리고, 평창시내에서 이곳까지 봉평까지..
날아 왔다니..신기하다고..자꾸 그러신다.

그냥 기쁘시단다.. 재미난 볼거리를 보여 준 것이...좋으시단다.

우리가 더 고마운 일인데...말이다..물 한컵 만 얻어 마셔도 좋은 것인데..

우리를 픽업하러 오신 스쿨장님 과 이 선수 그리고,
팀장님 과 비행소녀..이렇게 넷이서 아주
맛있는 늦은 점심을 먹고...
고마움을 전하고.. 착륙장으로 되돌아 왔다.

오늘의 비행도 무사히 마쳤다.

하늘에서 이끌어 주신 김팀장님...
땅에서 따라오신 스쿨장님 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찌 이렇게 신나는 비행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인생은 참으로 즐겁고..행복합니다.
인생을 살면서..이런 즐거움이 나에게 찾아오리라 고는
정말 생각도 않해보았는데...

비행을 마친 뒤 이상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길가를 가다가도..혼자 실실 웃습니다.
그냥..웃음이 납니다.
그리고, 비행을 하고 있던 나의 모습이 제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모양으로 자꾸 리뷰가 됩니다.
그리고는 또 실실 웃죠..
아..정말..미쳤나?
내가 정말..그렇게 멀리 날아갔나? 그리 멀게 날아간것 같지는 않고.
단지 조금 빡세게 비행을 했다..정도 였는데..
착륙장으로 되돌아 오는 길이 참 길기도 했습니다.

다시한번...김팀장님, 스쿨장님 감사드립니다.

파란날개 남병산 건너서
하늘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캐노피.

길은 외줄기
봉평 백십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삼겹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캐노피. 04.10. 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