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일지

무서운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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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15 19:20 조회1,7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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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봄처녀, 봄나물, 봄소식, 봄나들이..........
우리말에 '봄'자가 들어가는 말은 모두 좋은 말들 뿐인데요....
패러에서는 '봄'자가 들어가는 말은 전혀 좋은 말이 아니죠... 특히 '봄바람'은....
봄바람에서 죽다 살아난 파란날개의 이야기인데요....

일 시  : 2008. 2. 20 (수)
장 소  : 불탄산
기 상  : 맑은 날씨에 20Km/h 정도의 정서풍

어섬쪽 해안가는 바람이 세다는 예보에 오랫만에 불탄산으로 이동.
김대현, 김남권회원님과 스쿨장님도 오늘은 간만에 비행하신다며 오전 11시쯤 이륙장 도착. 약간 센 정서풍.
불탄산은 이륙장이 약간 골짜기 지역이라 측풍 시 주의 필요 지역.  but, 가스트는 미미하고 바람도 이륙에는 지장없을 정도.  첫번째 더미로 순조롭게 이륙.
그러나,,,,,,
막상 이륙하고 나니, 상층풍은 이륙장 바람과는 사뭇 달라....순식간에 기체를 쑥 끌어올리면서 기체를 흔들기 시작. 롤링과 피칭이 같이 일어나면서 날개를 쥐어짜는 듯. 들었다 놨다하는 와류의 움직임이 조종줄을 통해 그대로 전해져,,,,, 식은땀 나기 시작....
3차원 세계에 무단진입한 쓴맛을 그대로,,, 전후좌우상하로 울렁울렁,,, 바짝 쫄아서 날개만 처다보며 균형유지, 균형유지, 균형유지에 안간힘.
허공에 매달려 허우적 허우적.  

" 제발 날개만 접히지 않게해주세요. 시공제때 2만원 냈잖아요 !  시공제 지낸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런 험한 꼴을 ----" .

기도하는 마음으로 잔뜩 쫄아 있는데, 순간 오른쪽 날개 절반이 확 접혀들어와 -&^%$#@  
머리꼭대기의 혈압이 발밑으로 철렁 떨어지는 느낌.  우위-_- 씨~
접힌쪽으로 회전에 대비,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체중이동. 이런경우, 배운대로라면 왼쪽으로 체중이동하면서 왼쪽 조종줄을 약간 당겨 견제를 해야하지만, 오른쪽이 깨졌는데 과조작해서 왼쪽까지 접히면 대책이 없을 듯하여 제대로 견제도 못하고 조종줄만 잡고, 왼쪽으로 체중만 이동-.
김인식 팀장님 말로는 한번 기체가 붕괴되면 연속적으로 붕괴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왼쪽도 접힐까봐 조마조마--
다행히 접혔던 오른쪽 날개는 다시 펴지고 기체도 회전에 들어가지는 않아-.  시공제 약발이 듣는걸까?
난기류지역을 얼른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스쿨장님은 무전으로 계속 콜을 주시고--. 무전소리에 귀를 쫑긋쫑긋... 이륙장 쪽은 가스트가 세어지니 앞으로 더 나가란다.
접히지 않도록 정풍방향으로 빠져나가려는데 속도가 나질않아, 잘못하면 뒤로 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런걱정 x 저런걱정) + 온갖걱정 = 머릿속 복잡해져.....
속도를 내기 위해 악셀을 밟아볼까도 생각했으나 난기류 속에서 악셀을 썼다가는 더 두들겨 맞을 듯하여 포기. 대신 정풍방향에 비스듬히 사선 방향으로 기수를 틀어 조금씩 앞으로 전진. 그 와중에도 기체는 요동을 치고.....
곁눈질로 이륙장과의 거리를 가늠하며 뒤쪽으로 밀리지 않게 바둥거리는데 총무님 글라이더가 이륙하는게 보여.... 나는 죽을 지경인데 남 속도 모르고 저 양반은 뭔 생각으로 이륙했나하는 생각...
그러나, 요동치는 기체를 안정시키느라,  남의 사정 생각할 겨를 없고,,,,   날개는 계속 불안한 상태.  평상시 같으면 간절히 바라던 바리오 상승음도 이런 경우에는 소름이 쫙 끼치는 소리..   얼른 내려가야겠는데 왜 자꾸 끌어올리는거여??????

결국 항복 -.  귀를 접기로....
귀를 접으니 흔들림은 상당히 줄었는데, 그래도 기체의 요동은 산줄을 통해 더 생생히 전해와...  귀접은 상태에서도 날개가 접히는 경우가 있는지 염려될 정도...
계속 귀를 접으며 체중으로 오른쪽 왼쪽 방향전환. 모든 신경은 바리오 하강음에만 집중. 생각만큼 고도가 잘 안떨어져. 오히려 어떤 구간에서는 상승이 되기도...오 주여!!!...
계속 귀를 접고 발버둥 치니 점점 고도 떨어지기 시작. but 귀접기를 풀어야할 고도에 왔는데도 요동이 심해 도저히 귀를 풀수가 없어....하는 수 없이 그대로 착륙시도.
전진력이 거의 없이 낙하산 처럼 수직으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 이윽고 발이 땅에 닿고 앞으로 넘어져...스타일 많이 구겼지만, 다행히 천천히 떨어져서 충격은 거의 없이 안전하게 착륙.
휴~우,,,  살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주위를 둘러보니 총무님 기체도 이륙장 앞 논에 무사히 착륙.....스쿨장님과 김남권회원님은 비행을 포기하고 하산.  
이후 지상연습만 열쓈히.........역시 지상연습은 가스트 심한 날에 해야 제맛...바람 좋은 날에는 지상연습 효과가 없어...

뜻대로 조종되지 않고, 기류에 의해 끌려다니는 비행은 정말 기분나쁜 경험.... 봄바람 조심, 또 조심....
봄바람은 변덕이 심하다는 것을 명심....

오늘의 느낀점...

1. DHV1-2급과 2급은 엄청나게 다르며, S.M.L등의 사이즈 차이도 크다는 것을 절감.  버즈'S'를 타던 시절에는 와류권에 들어가도 심하게 흔들리거나, 날개가 접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한단계 높은 아딕트'M'을 타 보니 험한 기상에서는 그 차이가 엄청남을 느낌.....  실력에 맞는 글라이더를 타시길... 저도 험한 기상에서는 옛기체가 그리워져요....

2. 절대로 비행은 혼자하면 안된다는 점.  반드시 지도자와 동행, P급 이상자도 경험 많은 동료와 함께 비행해야함. 반드시.....
이륙 기상을 판단하고, 돌발 상황에 부딪혔을 때, 경험자의 콜은 유일한 탈출구임을 명심.  반드시 무전기도 잘 챙기고 밧데리도 잘 챙기고........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나를 주시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혼란,불안이 엄습하는 상황에서 큰 힘이 된다는 사실.
조종은 혼자 하지만, 패러는 함께 하는 레포츠임을 명심.

3. 난기류와 맞짱 뜨다가 도저히 안될 경우에는 귀를 접으실 것....
그리고 귀접고 착륙진입 시 최소 50미터 이상에서 미리 귀를 펴야 하며,  귀를 펼 상황이 안되면 귀를 접은 채 그대로 착륙할 것.  착륙진입 후 저고도에서 귀를 펴다가 균형을 잃으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확률이 매우매우 높음.
귀를 접고 착륙하다가 착륙속도가 높으면 땅에 닿는 순간 몸을 틀어 가능하면 옆으로 구르실 것.  스타일 구기더라도 안다치는게 최고....

4. 어쨌든 조짐이 이상하면 무조건 비행하지 말 것....
갑자기 5년전에 친구한테 떼어먹힌  1만원이 생각난다거나,  이륙장 앞에 날아다니는 까마귀가 마음에 안든다거나 하면, 꼭 돈을 받은 후에, 까마귀를 다 잡은 후에 비행하십시오.
우리는 프로선수도 아니고, 가늘고 길게 비행해야 합니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되고, 내일 못하면 모레하면되고,  그렇게 60년간 비행하는게 낫습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든가,  오늘 일수는 오늘 꼭 찍어야 한다는 바른생활 태도는 2차원 세계에서의 기준이고 3차원 세계에서의 기준은 항상  ' 가늘고, 길게- '임을 명심 하실 것....

봄이 왔다는 것을 직접 느끼고 온 파란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