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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글라이더와 직업 4편(전문 조종사 Pr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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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글라이더와 직업 4편(전문 조종사 Pro 5)

상급조종사(Pro 4) 자격증 취득한 후 시작할 수 있는 전문조종사(Pro 5) 과정 : 15km 이상의 거리를 비행 20회 이상 하는 멀리 날아갔다가 되돌아 와야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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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글라이더와 직업 4편 (전문조종사 Pro 5)


상급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들어설 수 있는 다음 단계는 바로 '전문조종사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본격적으로 장거리 비행(Cross-Country)을 배우는 단계입니다. 이전 교육과정들을 완벽하게 마스터했다고 가정하고 시작하는 만큼, 지금까지 습득한 모든 비행 기술의 '종합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 하나의 기술이라도 소홀히 한 채 이 과정을 시작한다면 늘 위험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익숙하지 않은 동작이나 기술이 있다면, 차분하게 다시 연습하여 몸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 '훈련 또 훈련'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상기 시키자면, 상급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가질 수 있는 직업(진로)으로는 2인승 조종사 과정, 정밀착륙 선수 과정, 그리고 연습조종사들을 지도하는 보조강사 과정 등이 있습니다.


(참고로 정밀착륙 심판은 패러글라이딩 자격증이 없더라도 심판 연수를 받으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합니다. 자격증 취득 후에는 국내외에서 열리는 정밀착륙 대회의 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문조종사 과정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보통 장거리 대회에 참가하고 싶거나, 전문 지도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이 전문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십니다.


(정밀착륙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경우에는 전문조종사 자격증 없이도 1급 지도자 자격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밀착륙 및 장거리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분들을 위한 내용은 조만간 따로 지면을 마련해 준비하겠습니다.)


다시 전문조종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어떤 훈련을 해야 할까요?


상급조종사 자격증 취득 후, 최소 5개의 서로 다른 활공장에서 100회 이상의 비행과 8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을 기록해야 합니다. 이는 바리오(Vario) 계기를 이용한 데이터로 증명되어야 하죠. 또한 이 기록 안에는 사면 상승풍 비행과 열기류 비행을 이용한 15km 이상의 장거리 비행 기록이 최소 20개 이상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정말 장거리 비행을 간절히 원하는 분들에게만 추천해 드립니다.


장거리 비행은 패러글라이딩의 '꽃'이라 불릴 만큼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위험 요소도 많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장거리를 가다 보면 계곡을 지나고, 평원을 가로지르고, 강을 건너야 합니다.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기류'를 온몸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위험 요소가 많다 보니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필수 과목도 까다롭습니다. 예를 들어 대칭·비대칭 접힘, 자동회전(의도하지 않은 회전), 스핀, 실속(Stall) 등의 대처법이 포함된 SIV 고급과정 교육을 모두 이수해야 합니다. 먼 길을 가다 보면 언제든 이런 비상 상황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국내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착륙장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군부대 상공 통과나 항공법규 위반 문제 등으로 비행 계획을 세울 때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장거리 비행을 하려면 공역 허가 구역 내에서만 움직여야 하며, 특히 군부대 상공을 지날 때는 미리 비행계획서를 제출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활공장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더라도 철저히 허가된 공역 안에서만 비행하고 훈련해야 하죠. 이러한 제약 때문에 예전보다 전문조종사들이 줄어드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산이 높다고 해서 오르지 않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더 멀리 날아가고 싶다는 열정을 품고 꾸준히 훈련한다면, 언젠가는 그 높은 산도 훌쩍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은 교육과정 중 가장 어렵고, 지도자들도 재미있지만, 어려워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혼자보다는 교육과정이 같은 동료와 함께 '무리 비행'을 해야 재미도 있고 실력도 빠르게 늘어납니다. 패러글라이딩의 모든 과정을 통틀어 '도반(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이 과정에서는 비유가 아니라 직설적인 말입니다.


아, 그리고 이 단계가 되면 비행 장비도 달라집니다. 기존 1-2(EN-B) 클래스의 장비로도 충분히 훈련할 수 있지만, 대체로 2(EN-C) 클래스 이상의 상급 장비로 전환하게 됩니다. 장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깊이 다루어 보겠습니다.


그럼, 인간의 감각만으로 15km 이상의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발달한 현대 문명인 산물인'계기'를 활용하면 훨씬 수월해집니다. 특히 '바리오(Vario)'라는 계기를 잘 다루어야 합니다. 이 계기는 비행 기록을 증명해 주는 일종의 '블랙박스' 역할을 하니까요.


바리오가 있으면 열기류 비행이 훨씬 쉬워집니다. 상승풍을 만나면 기기에서 "삐, 삐, 삐, 삐"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납니다. 상승풍이 강할수록 소리의 톤이 높아지고 간격이 짧아지죠. 반대로 하강풍을 만나면 "삐~~~~~" 하고 낮게 이어지는 경고음이 울립니다. 그 구역은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저희 조종사들은 비행할 때 이런 말을 자주 합니다. "하강하지 않으면 상승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 머물러 버티기만 해도 그것 역시 상승이다."라고 말입니다. 지상에서 겨우 50m 남겨둔 아슬아슬한 높이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부드럽게 회전하며 상승풍을 기다리다 보면, 극적으로 다시 치고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때가 가장 심장이 쫄깃하고 짜릿한 순간입니다. 제가 비행하면서 가장 재미를 느꼈던 순간이기도 하고요.


예전에 평창 장암산 활공장에서 이륙해 대화를 지나 장평을 향해 날아갈 때였습니다. 대화 마을 상공에서 발생한 열기류를 잡아 고도를 2,000m 끝까지 획득한 후 장평으로 향하는데, 저 멀리 영동고속도로가 보이고 휘닉스파크 스키장이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캬~ . 이쯤에서 끝내야 겠습니다.


더 깊이 장거리 비행의 매력에 빠져드시면 일상으로 돌아오기 힘드실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산이 활공장으로 보이고, 불어오는 바람이 예전처럼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이 정도 바람 세기면 적당하고, 햇빛이 이 각도로 논과 산을 비추고 있으니 저쪽 사면을 이용하면 열기류를 잡기 쉽겠는데?' 하는 생각만 하게 될 것입니다.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과연 인간의 일자리가 어디까지 대체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패러글라이딩이라는 스포츠와 그 관련 직업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요. 그동안 서양의 물질문명이 풍요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동양의 '정신문명'이 주목받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신과 패러글라이딩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패러글라이딩은 가장 극적인 '정신적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이륙할 때의 두려움, 앞뒤 분간이 안 되는 구름 속에 갇혔을 때의 공포, 그 구름을 뚫고 나와 지상의 풍경을 마주했을 때의 안도감과 평온함. 강한 열기류를 만나면 무서우면서도 가슴이 설레고, 회전하며 하늘 높이 상승하는 순간에는 한 마리의 새가 된 듯한 진정한 자유를 느낍니다. (실제로 하늘에서는 새들과 함께 비행하곤 합니다. 새들의 열기류 비행을 커닝하기도 하고, 새가 먼저 선점한 열기둥을 "내가 더 큰 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슬그머니 빼앗기도 하죠.)


석양을 바라보며 공중에 멈춘 듯한 호버링을 할 때면 시간이 그대로 멎은 것만 같습니다. 그러다 다시 안전하게 착륙할 넓은 땅을 찾아 내려앉는 순간, "아, 오늘도 행복하게 비행했다"라는 깊은 안도감과 함께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이 존재하기에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이 경이로운 느낌을 온몸으로 누릴 수 있음을 말이죠.


이처럼 패러글라이딩 비행을 하며 느끼는 모든 감정은 철저히 '정신과 마음'의 영역입니다. 물질적인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패러글라이딩이 그 어떤 스포츠보다 매우 정적인 '정신의 스포츠'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왜 패러글라이딩을 '정적인 스포츠'라고 표현하는지, 그 역설적인 이유는 다음 편인 [정밀착륙 선수 과정]에서 자세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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